가치 있는 삶


창의성을 키우려면 슬로싱킹하라!



어제 저녁, 서재에서 황농문 교수의 《슬로싱킹》을 읽고 있었습니다. 평소 잠이 부족했는지 밤 9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꾸벅꾸벅 졸고 있더군요. 이럴 땐 그저 자는 게 최고이기에 내일을 기약(일찍 잠들었으니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 건 당연한 것이기에, 새벽에 집중해서 읽으면 되기에)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새벽 2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아! 너무 이른데, 일어날까? 한 시간 정도 더 잘까?'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아! 오늘이 금요일이구나! 잠이 부족하다면 내일(토요일) 편하게 한 시간 정도 더 자면 되겠지!' 생각하고 일어나서 《슬로싱킹》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명상과 탕욕을 하고 다시 책에 집중해 읽고 있다가 여러분들께 꼭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내용을 발견하여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쩌고저쩌고 두서없이 떠드는 소리는 지나쳐도 상관없지만, 아래의 글 만큼은 글씨 하나 놓치는일 없이 정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서 《슬로싱킹_황농문》

CHAPTER 15. 슬로싱킹 훈련으로 창의성을 가르치다


제자 J가 단 6개월 만에 창의성 인재로 거듭난 비결

앞서 나는 창의성을 계발하려면 우리 뇌에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뇌에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시 말해 며칠, 몇 주를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런 방법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계발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두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지도한 대학원생 J의 사례다. 나는 실험실 곳곳에 'THINK'라는 문구를 써 붙이고 학생들에게 늘 생각을잘 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강조해도 일부 학생은 좀처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도 학생J도 그랬다. 반면 또 다른 학생 P는 생각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나를 종종 놀라게 하곤 했다.


  P의 부친은 과학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P가 초등학교 때부터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절대 해답을 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 풀어보라고 가르쳤다. 앞서 소개한 존 슈튜어트 밀의 부친과 비슷한 교육 방식을 택한 셈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P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떤 문제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해답을 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미지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 푸는 훈련을 한 덕분에 P는 내가 지도한 학생 가운데 몰입을 가장 잘했고, 전혀 기대하지 못한 창의적인 결과나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곤 했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슬로싱킹하라!



  한편 J는 대단히 성실해서 실험실에 가장 늦게까지 남았고, 주말에도 늘 실험실에 나와 실험에 전념했다. 하지만 실험을 계획하거나 그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깊이 하는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그룹 미팅에서 J의 성실성을 크게 칭찬하고,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생각을 더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J는 크게 달라지는 기색이 없었다. 생각하라고 강조하면 할수록 생각은 하지 않고 더 열심히 실험만 했다.


  그러다 박사 하구이를 심사하는 날이 왔다. 공교롭게도 P의 심사가 오전에, J의 심사가 오후에 있었다. 오전에 심사를 받은 P는 훌륭한 연구 내용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본래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석 ·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몰입이라는 날개까지 달아 그야말로 훨훨 날아다녔다. 지도 교수인 나는 P의 엄청난 성장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학생은 세계 어딜 가서 누구와 경쟁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P는 석 · 박사를 5년 만에 끝내고 대기업에 취업했다. 한번을 우연히 그가 속한 그룹의 팀장을 만나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런 친구는 처음 본다. 박사 학위 받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풀지 못한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현제 P는 모 정부출연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 직장을 옮긴 지 얼마 안 됐는데도 P가 얻은 성과가 벌써 전체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가장 우수한 업적 3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한편 오후에 심사를 받은 J는 석 · 박사과정을 7년 만에 끝냈지만 별로 성장한 것 같지 않았다. 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에 발전이 거의 없어 보였다. 이는 내가 J를 교육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였다. 오전에 P를 심사하며 날아갈 듯 기뻤던 마음이 오후에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졸업 후에는 내 영향력을 벗어나게 되니 더는 이 학생을 변화시킬 기회도 없다는 생각에 심란해졌다.


  어째서 P의 교육은 성공하고, J의 교육을 실패했을까. 나는 실패를 반성하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교육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7년 동안 그토록 생각하라고 강조해도 생각을 하지 않던 J를 내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든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나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선천적 특성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에 의해 발달시킬 수 있는 후천적 능력이라고 믿는다. 내가 학생들에게 늘 생각하고 몰입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믿음 때문이다. 나는 이 믿음이 교육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J의 사례가 안타까웠던 것도 제대로 생각하고 몰입하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일 발달할 텐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도 답답해서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서약 속담이 생각나기도 했다.


  몰입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중요한 출발점은 이 학생이 생각하는 일을 제외하면 대단히 성실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것은 하라는 대로 다 열심히 하는데 왜 생각만은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서 생각에 몰입해보니 곧 깨달음이 왔다.

  '이 학생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생각을 못 한 것이다.'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J의 탓이지만,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지도 교수인 내 탓이다. J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철저히 주입식 교육을 받아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은 대학원 과정에 와서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 대학원 과정은 스스로 실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험 겨로가를 해석해 국제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이런 활동은 사고력이 어느 정도 있지 않으면 잘 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원인을 밝혀냈으니 다음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 학생을 깊이 생각하도록 벼노하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오전에 심사를 받은 P가 생각과 몰입을 잘하는 것은 선천적인 능력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모르는 문제의 답을 스스로 생각해 구하는 방식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따라서 J도 일정기간 이런 방식으로 학습하면 P와 같이 생각하고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J는 박사 논문 심사는 통과했지만 논문 자격 시험에서 떨어져서 졸업이 6개월 연기되었다. 내게 이 학생을 변화시킬 마지막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 학생에게 6개월 동안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속성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슬로싱킹하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속성 교육을 할 것인가. 창의성 교육의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그래서 교육 문제가 어려운 것이다. 이 학생을 6개월 만에 창의성 인재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창의성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며 여러 의견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J에게 하브루타와 같은 토론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할지 모른다. 이런 교육 방식은 생각하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지적 도전과 응전에 따라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효과적인 창의력 교육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학교 교육 과정처럼 장기간에 걸쳐 시행하면 효과적이지만, 6개월 속성 과정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내 생각에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속성으로 계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지의 문제에 도전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훈련이다. 수학이나 과학, 혹은 컴퓨터 코딩 문제처럼 답이 명확한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몰입 방식이야말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가장 빠르게 발달시키는 교육법이자 훈련법이다. 지적 도전이 시냅스 가소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의 훈련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인문학 독서는 정신적 성숙에 유리하고 토론과 글쓰기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유리하다. 한편 답이 명확한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몰입 방식의 훈련은 전두엽을 발달시켜 생각이 깊어지게 만든다. 이 과정은 정신적 성숙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발달시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인프라를 제공한다. 몰입 방식의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적용하면 영재교육이 된다.


  나는 J에게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실험실에 나오지 말고,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라고 했다.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세세히 알려주었다. 수능 대비 수학 문제집에서 풀이 방법을 알 것 같은 문제는 건너뛰고 모르는 문제만 골라 풀되, 처음에는 경시대회 문제처럼 너무 어려운 것 말고 10~20분 정도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문제의 난이도를 올려 포기하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을 몇 시간, 며칠, 몇 주로 늘려가라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이번 장(꼭지)의 전 내용을 알려드리려고 했으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식과 출근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일이 주말이라 나머지 내용은 물론이고, 또 다른 유익한 내용도 소개시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금되시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고, 몸은 편안하고 마음은 즐거운, 그리고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분들과 여타 이유로 힘겹게 연말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께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기로 하고 김찌는 물러가겠습니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슬로싱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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