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명상은 마음에게 주는 좋은 휴식 선물이다. 그렇지만 여행이 더 좋다.






《나에게서 구하라_구본형》중에서,,

좋은 휴식은 좋은 변화를 제공한다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겠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남을 못살게 할 뿐이다. 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긍정적 변화인 것이다.


  '지금 시간을 낸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중요한 일에 쓸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하면, 자신의 소유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그 일을 시킨 사람의 시간이 된다. 먹고 살기 위해 시간을 팔았다면, 그것은 자유를 판 것이며, 아무래도 훌륭한 행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가장 어러운 일이 자신의 중요한 일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처에서 여러 겹의 사슬로 묶여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일을 위해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늘 바빠야 하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게으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역설적으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은 시간을 절대로 가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시간을 그대로 놓아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선물거래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조각조각 분해된 시간의 조각을 먼저 어딘가에 베타적으로 묶여놓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가롭기 위해서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의 존재를 잊고 시간 속에서 자신의 일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계를 봐야 하는 약속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약속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아야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미래로부터 현재로 흘러온 미래의 기억을 더듬어, 지금 살아 숨쉬는 일상의 시간을 다시 한 번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과 충동 없이 어떻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명상은 마음에게 주는 좋은 휴식 선물이다. 그렇지만 여행이 더 좋다.



  좋은 휴식은 좋은 변화의 계기를 제공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믿으면 순간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조금씩 변해가기 위해 쓸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삶이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것일 때 모든 순간을 그것을 얻는 순간을 위해 기립해서 박수를 쳐야 한다. 다른 모든 시간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고, 참아야 하는 시간이며, 극복해야 할 어려움으로 가득 찬 시간이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 그래야 하는 일인가?


  아무 때나, 근무를 하다가도 조용히 나와 십 분쯤 걷다 들어가도 좋다. 아무에게도 '허락받지 않은' 일탈은 가슴을 자유롭게 하는 두근거림이 있다. 한낮 찬란한 시간에 누구의 허락도 없이 빠져나온 십 분은 그대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한나절 좋은 기분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거리를 걸을 때는 할일없는 건달처럼 걸어라.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지하도 입구에서 찹쌀떡 한 뭉치를 팔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게 된다.


  단언하건대 비효율적으로 한 달 반을 보내게 될것이다. 쓴 만큼 못 얻는다는 것이 비효율의 정의다. 일주일에 다섯 군데밖에 구경하지 못했다면, 같은 시간에 열 군데를 둘러본 사람에 비해 얼간이 같은 짓을 했다는 뜻이다. 나는 얼간이가 될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인생이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목적이다. 그래서 인생이 전부 경제와 경영일 수 없는 것이다. 사랑도 해야 하고 눈물도 흘려야 하고 순수한 배움 자체가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가장 고독하지 않다. 이제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지리적 오지란 별로 없다. 마음속의 오지가 더 넓다. 나는 나와 함께 있을,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운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간다. 나를 위해 아낌없이 사긴을 쓸 예정이다. 햇빛이 들과 밭에 내리듯이, 산과 강과 바다에 쾅쾅 쏟아지듯이, 거기에 무슨 효울이 있는가?


  일밖에 없는 일꾼은 성공한 실패자가 되고, 부유한 노예가 되고, 가족에게 미안한 가장이 되고, 늘 바쁜 아비가 되어 무자비한 사다리의 꼭대리를 향해 질주한다. 어풀루엔자affluenaz라는 '부자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공허한 인생을 위로받기 위해 지나치게 돈에 집착한다.


  누군가의 칭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엇인가 정말 괜찮은 것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후회할 날이 있으리라. 그러나 때가 되면 그때 후회하면 되지. 언젠가 그때 말이냐. 제냐 양복을 입고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서 비단길을 달려가다 어느 날 인생을 깨달은 사람처럼,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며 작은 자선을 베풀면서 살 수도 있을 테지. 



명상은 마음에게 주는 좋은 휴식 선물이다. 그렇지만 여행이 더 좋다.



  바쁜 사람은 바보다. 그는 항상 중요한 일은 나중에 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 그러므로 대부붑의 사람은 시간이 한침 지난 후에 왜 그렇게 바빴는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중요한 일은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언제나 그대로 방치하다가, 잠시 숨을 길게 내쉴 때에만 생각난다. 앞만 보고 죽을 둥 살 둥 뛰다가 보면, 아이들은 자라고, 늘어난 체중에 귀밑머리가 허옇다. 돈은 언제나 부족하고, 이루어놓은 것은 없다. 왜 그렇게 바빴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그리움을 지우며 의미를 지우고 생각을 지운다. 바쁘다는 것은 사람을 그저 움직이게 한다. 먹이를 나르는 개미처럼 한없이 움직이게 한다. 경제라는 본능에 따라 프로그램이 된 것처럼 낮도 밤도 없이 움직이기만 한다. 똑같이. 이 지겨운 반복적 소모를 '일한다'라고 부른다.


  바쁘다는 것, 그리하여 빨라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놀고 쉴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쉽게 말해 노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부족하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인의 특징으로 바쁜 것을 꼽으면서 바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런데 이렇게 바쁘게 시간을 쓰다 보면 결국 자기한테 남아있는 시간은 아주 적다. 그 적은 시간조차도 술집을 기웃대고 이성을 홀깃대고 세상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자기를 위해서 쓰지 못하는 것이 바로 현대인이다. 이렇게 자기만의 시간이 하나도 없는데도 자기 인생을 산다고 하겠는가.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한 시간 말이다. 고독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러니까 홀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여행은 자유다. 그리고 일상은 우리가 매여있는 질서다. 질서에 지치면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자유에 지치면 다시 질서로 되돌아온다.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매여있는 우리에게 여행은 늘 매력적인 것이며,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비장하지 않다. 


  여행처럼 설레는 것은 없다. 지도처럼 매혹적인 것 또한 없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뛴다. 강진의 햇살이 느껴지고, 마량에서는 500년 전과 같이 제주에서 들어온 배에서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내려오는 듯하다. 해남 대흥사의 숲이 가득한 어느 길목에서 나는 젊디젊은 나와 만나게 된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왜 그리도 마음이 아팠던가? 왜 그때 진도에서 울돌목을 건너와 길가의 그 바위에 그렇게 앉아 있었던가?



<명상 103일차>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달빛 그윽한 밤에 홀로 걷는 것이다. 어느 낯선 포구 신새벽에 플라스틱 통 속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보는 것이다. 매화향기 그윽한 강가에서 술을 한잔 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벚꽃 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그 찰나에 그리움으로 터져버리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쓰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명상은 마음에게 주는 좋은 휴식 선물이다. 그렇지만 여행이 더 좋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함으로써 절정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지만, 지도를 펴놓고 계획을 잡는 것, 그리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배낭을 메고 덛는 것 역시 여행의 진미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혹은 일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순간 우리는 가벼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라.


  삶 자체가 여행이다. 생명이 시작할 때 죽음도 같이 시작된다. 인생이 중반에 이르러 생명의 양과 죽음의 약은 절반씩 인생을 양분한다. 마치 낮과 밤처럼. 하루가 빛과 어둠으로 만들어지고, 삶이 생명과 죽음으로 짜여있다는 것은 재미있다. 나는 빛과 그림자 사이를 걷는다. 뜨거우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추우면 햇빛 쪽으로 나온다. 여행은 질서에 지친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길로 나서는 것이며, 길 위의 나그네로 지내는 자유에 지치면 다시 일상의 질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다른 사람 속에서 나를 보고, 내 속에서 다른 사람을 본다. 그리해 여러 모습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러므로 여러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 번도 다른 배역을 맡아보지 못하고 한곳에서 하나의 배역에 그치고 말 때, 그것은 아마 항구를 떠나본 적이 없는 배와 같다. 그것을 배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연히 열어젖힌 책 속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집에서 기르는 소처럼 일 년을 살기보다는 하루라도 들소가 되라." 이윽고 "가장 많은 바다와 가장 많은 대륙을 본 자는 행복할지니"라는 글도 뒤따라 나온다. 어찌 이 순간에 이런 절묘한 글이 나타났단 말인가! 이제 알았다! 여행이란 이렇게 세계의 아무 곳이나 펼치는 것이고, 그때 꼭 맞게 나를 위한 장면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 그 장면으로 나의 가슴이 열리고 이윽고 세상도 더 넓어진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즐기는 이유다.


  여행은 마음으로 하여금 공간과 시간을 넘어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정신을 풀여놓고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지요.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이고 무리와 대세로부터 한 걸음 옆으로 떨어져나오는 겁니다. 그곳에서 그들을 보고 또 나를 보는 것이지요. 이 객관성을 구경꾼의 마음이라 부를지 모릅니다.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참담한 집착과 교활한 모습을 발견하고 경계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들어가 하루하루를 살 준비를 하는 것이 여행의 떠나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래서 도피가 아닙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거죠.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오는 것이지요.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입니다.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가난의 의미를 알게 돼요. 가난은 무능력이 아님을 알게 된단 말이지요.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을 버리는 것이 삶의 무게에 깔리지 않는 것임을 가르쳐주지요.









  기다림을 배워라.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림은 죽은 시간이다. 그러나 기다림은 특별하고 매력적인 시간이다. 모든 농부는 자연스럽게 익은 사과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 태양을 흠뻑 담은 달콤한 과일은 모두 기다림이 선사한 것이다. 기다림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창조적 행동이다. 기다림은 맛을 깊게 한다.


  어디를 걷든 걸을 때는 걱정거리를 놓아두고 가라. 고민은 책상과 서류 위에, 돈을 내라는 고지서는 탁상 어딘가에 놓아두고 밖으로 나와 걸어라.

  며칠 안에 질 것이지만 오늘 피어있는 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자신을 움츠리지 않는다. 감사하라. 그대가 이 세상에 있음에 대해. 오늘 세상을 등져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날임을 또한 생각하라.

  

  많이 걸어라. 자연 속을 걸을 수 있도록 애를 써라. 나무와 흙길을 아주 천천히 걸어라. 접지를 통해 물리적 생명력을 받아들이고 사고를 통해 정신적 순환을 막힘없게 하는 것이 곧 걷는다는 것이다. 천천히 자연 속을 걷는 것처럼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없다. 자연은 호흡이고 움직임이며 또한 고요함이다. 



명상은 마음에게 주는 좋은 휴식 선물이다. 그렇지만 여행이 더 좋다.

  


나에게서 구하라
국내도서
저자 : 구본형
출판 : 김영사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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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준 2 2020.11.28 16:39 신고

    안녕하세요 생활동의보감 허준이라고 합니다. 이제막 시작해서 소통할분도 없네요 아직미숙하지만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 맞구독도 한번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