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위빠사나 명상 62일차,《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와 함께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업의 렌즈


  나와 네가 연기된 하나의 몸임을 알고 내가 너를 제도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 거기에는 교화한다는 생각도 없고 제도한다는 생각도 없고 바라는 마음도 없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머무를 데가 없습니다. 발에 가시가 박혔을 때 머리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입이 '아야!' 소리를 내고, 눈이 가서 살펴보고, 손이 가시를 골라 빼내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은 그런 마음으로 중생을 교화합니다. 중생과 나를 구분하지 않으므로 중생의 문제가 곧 내 문제니 다만 스스로 행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제도할 중생도 없고 장엄할 정토도 없고 지을 복도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수보리는 새로운 의심이 일었습니다. 중생 제도와 국토 장엄은 성불의 씨앗입니다. 법장비구도 중생을 제도하고 극락정토를 장엄하는 데 온 생애를 바침으로써 아미타불로 성불했습니다. 그런데 제도할 중생도 없고 장엄할 정토도 없고 지을 복도 없고 증득할 깨달음마저 없다고 했으니 이루어야 할 부처 역시 없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거룩한 삼십이상을 갖추신 눈앞의 부처도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의문에 휩싸인 수보리에게 부처님은 다시 묻습니다. 


"수보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처를 가히 구족 색신으로 볼 수 있겠느냐?"

"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를 응당 구족한 색신으로써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구족 색신이라 말씀하심이 곧 구족 색신이 아니라 그 이름이 구족 색신이기 대문입니다."


  눈으로 보는 대상, 귀로 듣는 소리, 코로 맡는 냄새, 혀로 느끼는 맛, 손으로 만져지는 감촉, 머릿속의 분별하는 알음알이로 부처의 참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지혜의 눈이 열릴 때만이 여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제법이 청정하다는 말은 청정함과 더러움을 구분하는 가운데 청정하다는 게 아니라, 청정함과 더러움의 구별이 본래 없으므로 있는 그대로가 청정하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청정하면 세계가 청정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모습 또한 내 눈이 비친 모습에 불과합니다. 나를 중심을 생각하는 업의 렌즈를 벗어버리기만 하면 세상은 그 나름의 차이와 개성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위빠사나 명상 62일차,《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와 함께





"우리는 오직 호흡에만 주의를 계속해서 집중합니다.

마음이 더 집중될수록 호흡은 더 미세해지고

더욱 알아차리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므로 주의 집중을 하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S.N.고엔카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제이십 이색이상분第二十 離色離相分

연화색녀의 출가


  부처님 당시에 연화색녀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눈에 띄게 아름다웠는데 집안이 워낙 가난하다 보니 어린 나이에 돈에 팔려 늙은 부자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열대여섯 살쯤에 딸을 하나 낳았는데, 그즈음 친정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친정어머니를 모셔 와 함게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색녀는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은밀히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 충격을 받은 연화색녀는 삶에 환멸을 느끼고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연화색녀는 멀리 떨어진 낯선 도시로 갔습니다. 그 도시에서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평범한 생활 속에 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남편 친구가 찾아와 그녀를 유혹했습니다. 그녀가 유혹을 거절하자 남편 친구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당신 남편은 몇 년 전부터 다른 도시에서 여자랑 살림까지 차려놓고 사는데 당신 혼자서만 그렇게 의리를 지킬 필요가 어디있소?"


  그녀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친구의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그렇다고 고백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가정이 파탄날 일이겠지만 당시 인도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남편은 작은 부인을 집으로 데리고 왔고, 세 사람은 한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두 여인은 자매처럼 서로 의지하고 위해주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색녀는 작은 부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그 자리에서 넋이 나가버렸습니다. 작은 부인이 바로 자기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던 것입니다.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또다시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남자에 대한 극도의 저주와 증오로 유녀가 되었습니다. 유녀가 된 연화색녀는 곧 유명해졌습니다. 그녀와 하룻밤 자보겠다고 몰려드는 남자가 수도 없이 많아서 하룻밤에 집 한 채가 넘는 돈이 오갈 정도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화색녀는 유녀를 오백 명이나 거느리는 큰 유곽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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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즈음 부처님이 연화색녀의 유곽이 있는 도시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을 질투하던 이교도들이 연화색녀에게 큰돈을 주면서 부처님을 유혹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돈을 주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었지만, 연화색녀는 과연 부처님이 어떤 사람인지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연화색녀는 온갖 보석으로 화려하게 꾸민 마차를 타고 오백 명의 유녀를 이끌고 길에서 부처님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부처님이 다 떨어진 분소의를 입고 오백 명의 제자들과 나타났습니다. 연화색녀가 마차에서 내려다보며 부처님에게 큰 소리로 말해습니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조복하는 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모든 남자를 조복하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당신에게는 당신을 따르는 오백의 제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도 나를 따르는 오백의 여인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연화색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여인이여, 그대는 지금 그대를 괴롭힌 세상과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허전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대가 하는 행동은 사실 그대와 같은 수많은 여인들에게 참혹한 상처를 입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 때문에 수많은 남자들이 가정을 떠나고 가산을 탕진할 때 그들의 아내들은 큰 괴로움으로 한숨짓고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연화색녀는 악몽을 꾸던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연화색녀는 마차에서 내려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법을 청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부처님은 그 자리에서 법을 설하셨습니다. 법문을 들은 연화색녀와 오백의 유녀는 깨달음의 눈이 열려 출가를 청했으며, 부처님은 이를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로 교단은 난리가 났습니다. 평범한 여성의 출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녀들을 집단적으로 출가시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부처님을 따르는 비구니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고, 결국 공양을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부처님 제자들도 이 산건에 대해서만큼은 스승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술렁댔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고요히 말씀하셨습니다.

  "여래는 언제나 바른 법을 행하며, 바른 법을 행하는 데 있어 그 어떤 두려움도 없다. 일주일만 기다리면 세상은 곧 잠잠해질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자 정말 사람들의 오해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연화색녀와 유녀들이 다른 수행자와 다름없이 여법하고 청정하게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더러운 씨앗, 깨끗함의 씨앗이 존재한다면 더러움은 언제나 더러움에만 머물러야 하고 깨끗함은 늘 깨끗함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더럽다고 할 본질도 깨끗하다고 할 본질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천하가 손가락질하던 유녀들도 청정한 수행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갖가지 관념의 벽, 분별의 다리가 끊어질 때만이 맑고 투명한 지혜의 눈이 열리고, 비로소 그때 진정한 여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래는 지혜의 눈으로 보는 존재의 참모습이기때문입니다. 









<명상 62일차>



위빠사나 명상 62일차,《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와 함께



  법은 인연 따라 설해질 뿐

"수보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를 가히 구족 제상으로 볼 수 있겠느냐?"

"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를 구족 제상으로써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제상이 구족함을 말씀하심이 곧 구족이 아니라 그 이름이 제상 구족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언제나 중생의 조건과 근기에 맞추어 설해집니다. 수보리와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금강경은 그러한 특징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누군가 '저 사람은 너무 느려'하고 불평을 하면 '느리다는 것은 본래 없다'고 깨우쳐주고, '저 사람은 너무 빨라서 탈이야' 하면 '빠른 것도 본래 없다'고 일깨웁니다. 부처님은 사람들이 어느 한쪽에 집착하면 바로 그 집착을 부서뜨림으로써 미혹을 깨우쳐주십니다.


부처님의 설법은 집착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최선의 방편입니다. 넘어져서 괴로워하는 이는 일어나게 해주고, 오래 서 있느라 힘든 사람은 눕게 해줍니다. 배고픈 자에게는 밥을 많이 먹게 하고, 과식하는 자에게는 조금씩 먹으라고 알려줍니다.


법은 인연 따라 설해지므로 그 하나하나가 다 진실합니다. 중생의 미망은 제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 속에서 일어나므로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제각기 다른 그 원인을 해결해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 인연법을 무시하고 문자와 형상에만 집착한다면 부처님 법은 이미 거기에 없습니다. 부처님은 '이것이 진리'라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그 순간에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과 미혹을 부서뜨려 줄 뿐입니다.


물은 본래 자기 모양이 없습니다.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그때그때 모습이 바뀌므로 어떤 대상과도 마찰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막으면 고이고, 차면 넘치고, 이쪽을 막으면 저쪽으로 흐르고, 사방이 막히면 조용히 기다립니다. 이러한 물의 모습이야말로 자기 모양을 갖지 않는 전형이라 할 만 합니다. 


우리도 그처럼 본래 고칠 것이 없으니 얼마든지 모습을 바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맞추고 자식에게 맞추어가며 그들과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바뀌어 고쳤던 부분을 다시 바꾸어 할 때가 오면 달라진 상황에 맞추어 바꾸어나가는 것, 이것이 인연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도리입니다.


규정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풀어버리는 것이 상을 떠나는 길, 모양을 떠나는 길입니다. 마음이 물처럼 흘러갈 때 우리는 점점 더 자유로운 상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상이 상이 아님을 알 때 깨달음을 얻는 이치입니다. 제상이 구족하다는 가르침은 구족하다고 규정할 기준이 본래 없다는 뜻이며, 고정된 상이 본래 없으므로 '이것을 하라'거나 '이것을 하지 마라'는 가르침도 다만 인연에 따라 생길 뿐입니다.







모든 것은 근본 바탕이나 진리가 따로 있지 않고 인연과 연기에 따라 형상을 달리하기 때문에 어떤 것에 집착하여 갈애를 일으키는 마음은 인간에게 가장 어리석고 해로운 것입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혜를 기르기 위해 오늘도 명상을 하였습니다.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이르는 '통찰지'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행복할 수 있는 지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지혜는 독서와 명상을 통해서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면에서 책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와 같은 책을 읽음으로써, 꼭 불교인(비구나 보살)이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부처님의 고귀하신 말씀을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만물중에서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형상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마음도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가치관과 신념같은 강한 믿음과 변치 않을 것만 같던 사랑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마음은 항시 바뀌기 마련이며, 내 마음 또한 그러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 · 고 · 무아를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명상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니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정말 모든 것은 변하는 구나! 아하, 정말 그러하구나!



위빠사나 명상 62일차,《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와 함께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국내도서
저자 : 법륜
출판 : 정토출판사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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