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깨나의 위빠사나 명상 50일차<자비>





  위빠사나 명상을 시작하면서 읽은 여러 권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 한 권을 뽑으라면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스님의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 '위빠사나 명상'』을 주저없이 선택할 것입니다. 약 두 달 전, 옥정호수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인데, 코로나 19로 인해 도서관 운영이 잠시 중단되면서 대여 지금까지 곁에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을 두고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의 저자인 존 카밧진은 "대단한 역작이다.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하다."고 했고,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의 래리 로젠버그는 "이 책은 명상 초심자들에게 굉장히 가치 있을 것이다. 특히 교사없이 명상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라고 말했으며, 『통찰명상』의 저자 조지프 골드스타인은 "이 책은 알아차림 명상을 놀라우리만치 명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말로 찬사하였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위빠사나 명상'을 주제로 이보다 더 완벽한 이론과 수행방법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것에 대한 이론과 실행법을 잘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책 집필이나 기타 방법으로 완벽히 설명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스님은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해서 더이상 훌륭할 수 없는 '위빠사나 명상서'를 펴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 '위빠사나 명상'』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저는, 이 책이 옥정호수도서관에서 대여한 것이고, 이렇게 좋은 책을 '씹어 먹지 못한다.'(밑줄을 긋고, 메모하는 등)는 아쉬움에 오늘 아침에는 알라딘 온라인중고샾(새 상품은 절판되어)에서 주문해 놓은 상태입니다. 또한, 저자의 다른 책  『부처의 길, 팔정도』도 며칠 전에 구입하였는데, 불교의 법(法)과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읽는 내내 감탄하고 있습니다.


  명상에 관심 있으신 분이나 이제 막 명상을 시작하신 분,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으나 정체된 느낌을 받는 분, 어떤 명상법을 선택해야 하나!로 고민하고 계신분이라면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스님의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 '위빠사나 명상'』 을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글은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 '위빠사나 명상'』의 맺는말 <자비의 힘>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깨나의 위빠사나 명상 50일차<자비>





  우리 모두는 자비를 베풀 잠재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오직 고요한 마음상태에서만, 분노와 탐욕 질시가 없는 마음상태에서만 자비의 씨앗은 자랄 수 있다. 평화로운 마음상태라는 비옥한 땅에서만 자비는 그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이 자비의 씨앗을 잘 키워,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는 법(法)을 가르치느라 전 세계를 여행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주 많은 편이다. 어느 날 나는 런던 근체의 개트윅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어싿. 탐승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내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런 경우에 나는 즐거워한다. 명상할 기회를 그만큼 더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공항 내에 있는 어느 의자 위에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내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그들은 입궁장으로 또 출국장으로 바삐 뛰어다녔다. 이런 상황에서 명상을 할 때면 나는 세상 모든 곳의,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한 자비와 연민으로 내 마음을 꽉 채운다. 숨 하나하나, 맥박 하나하나, 심장박동 하나하나를 느끼며, 나는 내 존재 전체가 자비의 빛으로 충만하도록 노력한다.


  나는 그 분주한 공항 안에서 자비에 열중한 채, 주변의 그 어떤 부산함에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누군가가 내 옆에 바싹 다가와 앉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자비심을 퍼뜨리는 명상을 계속했다. 바로 그 때, 작고 부드러운 두 손이 내 목 가까이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눈을 뜬 나는 아주 어여쁜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두 살 정도 된 듯했다. 밝고 푸른 눈과 금발의 곱슬머리를 가지 이 여자아이는 자기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아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나는 명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이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한 손으로 엄마의  새끼손가락을 꼭 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가 엄마의 손을 놓고 내게 달려왔던 것이다. 조금 멀리서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쫓아 화급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자기 아이가 내 목을 팔로 감싸 안고 있는 것을 본 아이 엄마는 내게 "우리 딸을 잘 타일러서 그만 가라고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몰라서 그냥 영어로 말했다. "얘야, 그만 가거라. 네 엄마가 널 위해서 장남감과 사탕을 많이 준비해놓으셨단다. 뽀뽀와 포옹을 해주실 거야.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단다. 그러니 이제 가렴." 아이는 계속 내 목을 안은 채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아이의 엄마가 두 손을 모으고 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청했다. "선생님, 부탁이에요. 아이를 설득해서 그만 가라고 말해주세요."








  이쯤 되자, 공항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이 아이를 잘 알거라고, 아마도 이 아이가 나와 어떤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음이 분명했다. 확실히 그들은 이 아이와 나 사이에 어떤 강한 유대가 있으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랑스런 아이를 그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어떤 언어를 쓰는지조차 몰랐다. 또다시, 나는 아이를 설득했다. "이제 가보려무나. 엄마와 함게 비행기를 타야 하잖니. 이러다 늦는다. 엄마에게는 장남감이며 사탕이 잔뜩 있단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엄마에게 가렴." 아이는 여전히 꼼짝도 않했다. 오히려 나를 더욱더 꼭 껴안았다. 아이 엄마는 할 수 없이 아이의 손을 잡아 내 목에서 떼어낸 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주 착한 아이지." 내가 말했다.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신단다. 자, 서두르렴. 비행기 놓치겠다. 어서 가렴." 그러나 아이는 가려 하지 ㅇ낳았다. 오히려 아이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자, 아이가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빠져나와 내게 돌아오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용케 출국장으로 향했다.


  아마도 내 복장 때문에 아이가 나를 산타클로스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동화책에 나오는 다른 어떤 인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 내가 의자에 앉아 있었을 때, 나는 자비 명상을 수행하며 숨마다 자비라는 생각들을 전파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이가 그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들은 이런 것들에 아주 민감하다. 그들의 정신세계는 자기들 주변에서 감도는 모든 느낌들을 빨아들인다. 당신이 화가 나 있으면 그들도 그 분노의 진동을 느낀다. 당신이 사랑과 자비로 가득 차 있으면 그들도 그 사랑과 자비를 느낀다. 그 어린아이는 아마도 자신에게 와 닿는 자비의 느낌에 이끌려 내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 아이와 나 사이에는 어떤 유대가 있었다. 자비라는 유대 말이다. 






깨나의 위빠사나 명상 50일차<자비>



위빠사나 명상
국내도서
저자 :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 손혜숙역
출판 : 아름드리미디어 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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