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너에게 보내는 첫 편지, 7월 4일 이후 구입한 책들



너에게

시시때때로 바뀌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사유가 붓다로 이어져 소위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끔 산속으로 들어가 도를 닦거나 독서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엉뚱한 소리를 한 적은 있어도 직접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싶다고 이야기 한 적은 없었잖아? 나는 그저, 조용한 곳에서 평온하게 독서를 즐기고 싶었고, 나의 이런 바램을 너에게 고백하면서 아쉬움을 달랬을 뿐인데, 어느 날 아침 잠에서 눈을 떠 보니 굳은 살 베긴, 결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검게 그을린 투박한 두 손에 붓다의 가르침이 놓여 있지 뭐야! 이게 어찌된 일이지. 착하지만 오지랍 넓은 누군가가 선물했을리는 없고, 정신병원을 탈출한 절도 전과 3범의 도둑이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놓고 갔을리는 더더욱 만무한데, 그렇다면 결국, 내 소행이라는 건데, 내가 왜 그랬을까?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한 것인지.  한숨 섞인 탄식이 흘러 나와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손에 들었다 놓았다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에잇, 이까짓껏!"하며 억지로 내 안에서 당돌함을 꺼내 붓다의 정신과 대면하는 지경에 이르렀어. 붓다를 만나기 위해 큰 용기를 내었던거지.

  이쯤에서 좀 의아한 생각이 들꺼야. "아닌 밤중에 훙두깨러더니,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니 책을 뜻하는 것 같고, 깨달음을 논하는 걸로 봐서는 종교계의, 특히 불교계의 영적 지도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책인 게 분명해 보이는데, 책이라면 그냥 읽으면 되지 당돌함은 뭐고, 용기는 또 뭐람"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완전한 무신론자잖아. "저 사람들 머리 속엔 뭐가 들어 있을까? 들어가서 확인해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고, 예전에 이순신장군역을 맡은 김명민이 연말에 열린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후 수상 소감에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라고 말한 부분에서 어이없어 했지. 끝끝내 나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확인 하고서는 "저 인간 XX네. 종교인들은 다 그런가?" 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었어. 그랬던 내가 이제 와서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는 책을 읽겠다고 나섰으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내가 비록 무신론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교계 최고 성인의 깨달음과 만나는 일인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 나에게도 양심이 있는데······'

  혹시 몰라 말해주는데, 붓다의 본명은 싯다르타야. 그는 인도 석가족이 세운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지. 이 싯다르타가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은 후 석가모니가 되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바로 붓다이자 싯다르타야. 아무튼, 지금 내 손엔 붓다의 가르침이 있어. 이 가르침을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길목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진리들, 즉 담마(부처님의 가르침)를 살짝 엿보고 싶은 마음까지 숨길 필요는 없겠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어떨 땐 여러 다양한 생각들이 복잡하게 엉키고 설켜서 이를 처리해야 하는 뉴런과 시냅스의 네트워크 조직이 신경 돌기의 잘못된 전기 신호와 엉터리 신경 전달 물질의 영향을 받아 두통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지. 물론 엉터리 추측이지만 내가 쓸데없이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과 가끔 두통에 시달린다는 것은 거짓 없는 사실이야. 그래서 집에는 타이레놀이 항상 비치되어 있지.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상비약 중 하나가 된 타이레놀이 떨어지면 불안을 느낄 정도이니 짐작하고도 모자람이 없을 거야. 또 하나의 재밌는 사실은,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혀를 차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우월주의에 빠진 인간이라는 핀잔을 들어도 마땅한, 오해라며 반박 거리를 생각해 보지만 쉽게 찾아내지 못해 어느 순간 건방진 인간이 되어 버리기도 하는 내가, 반대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흔든다는 게 너무 우습지 않아? 누가 그러대. '생각 덩어리가 마음'이라고······' 꼭 이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나는 생각을 좀 줄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불필요한 생각을 걷어내어 생각덩어리의 부피를 줄이면 복잡했던 마음도 좀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 어쩌면 '마음의 고요'를 경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아무튼 지금 나는, 당혹스러우면서도 기쁘고, 걱정하면서도 기대를 버리지 않은,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이런 식의 기분 좋은 흥분이라면 굳이 평온함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 시간 이후 찾아오는 감정이, 내 정서가  괴로움이라면,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고, 어떤 일을 걱정하는 불안한 상태라면, 붓다의 가르침을 등불 삼아 아래 책들이 소개하는 방법대로 명상을 시작할거야. 편안한 자리를 찾아 앉은 후 눈을 감고 허리는 곧게 세울 거야. 어깨는 자연스럽게 떨어뜨리고, 가슴을 활짝 펼거야. 호흡의 긴장을 풀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호흡에 흐름을 관찰하고 내쉴 거야. 자연스럽게 호흡을 계속하면서 몸 전체가 어떻게 느끼는지 인식할 거야. 스트레스나 불안, 긴장 또는 피로가 느껴지는지 감지할 거야. 어떤 감각이 느껴져도 상관없겠지. 이 순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만 알아차릴 거야. 이런 식으로 천천히 명상 해 나갈 거야. 

  행운이 따라준다면, 이 명상의 끝에서 너와 조우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거야.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 뚝! 떼고 모른척 하는 기분이 어때?" 하고 말이야. 마음 깊은 곳에서, 아니면 마음 너머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너를 의식하며 오늘도 독서에 매진할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만나지겠지. 그때까지 잘 지내길 바라.

김찌가


 



너에게 보내는 첫 편지, 7월 4일 이후 구입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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