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2019년 12월 24일 옥정호수도서관

 

퇴근길에 옥정호수도서관에 들렀습니다. 2주 전에 빌렸던 책을 반납한 후 위에 있는 6권의 책을 빌렸는데요. 이 중에서 '모모'와 '나는 개입니까'는 아들에게 줄 책이고, 나머지 네 권이 제가 읽을 책입니다. 오늘 빌린 여섯 권의 책 중에서 메인은 '자기를 위한 인간'과 '모모'입니다. 특히, 에리히 프롬의 '자기를 위한 인간'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데요. 책을 읽고 난 후의 난 어떻게 변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최근 2~3년간 저의 인생 키워드는 '나', '내 인생', '내 욕망', '자기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온전한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고요.

 

퇴근길 옥정호수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

 

김 씨의 좌우명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입니다. 젊은 시절의 '최선을 다하자'와 '진인사대천명'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서 현재의 좌우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원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다한 것 같은데 결과가 신통치 않으니 참담하더라고요.

"최상의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분명히 만족할만한 상황인데도 그것을 모르고 지나쳤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깊이 생각한 결과 만족할만한 상황이 있기는 있었더군요. 들인 노력을 상회하는 좋은 결과 말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을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감동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냐!" "그래서 삶이 더 풍요로워졌냐!"라고 자문해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좋은 인생이 되는 걷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꼭 좋은 인생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인생이라는 것은 때때로 혹은 정신줄 놓고 멍 때리다가 정신을 정신을 차린 직후 불현듯,

"아! 내 인생 괜찮은데!"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또,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되고, 혼자 힘으로 삶을 영위하기 힘들거나 죽음을 눈 앞에 둔 순간 ,

"이 정도면 정말, 후회 없이 잘 살았다."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이때부터 '후회를 남기지 말자'라는 좌우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하는 것과 꼭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되 미래의 시각에서 오늘의 결정을 조명해 보는 별도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고요. 

 

후회를 남기지 안으려면 욕망을 알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욕망이란 꿈과 목표, 희망과 소망을 총망라한 '나의 진심 어린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욕망을 욕망하라'는 이 말, 앞서 먼저 한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처음 생각한 이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신념과도 같은 말입니다. 마음의 각성 이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말하는 욕망은 인간의 윤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한편 '인간의 윤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이기도 합니다. 책은 저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면서 '나의 윤리'의 토대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위에서 메인 책이라고 소개했던 '자기를 위한 인간'을 대여하고 독서하는 과정은 후회 없는 삶을 추구하는 좌우명에 대한 인식이자 욕망의 발현입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글은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어린 시절 그 소년은 심한 감기에 걸린 동생의 약을 사 오라는 심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주신 돈을 보자 평소에 늘 먹고 싶던 땅콩 과자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동생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혹은 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회피하면서 가게로 곧장 달려가 아무 망설임도 없이 과자를 사 먹었습니다. 그리곤 야단맞을 게 두려워 집에 연락도 않고 친구집으로 향했습니다.

 한참을 지나도 소년이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유괴라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습니다. 황급히 아이를 찾아 온 동네 구석구석을 반나절이나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 바람에 정작 간호가 필요했던 동생은 증상이 더 심해졌고, 결국 다음 날 새벽 폐렴에 걸려 입원하는 고생을 겪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심한 열병 탓에 내이內耳로 침범하는 세균을 막을 수 없었던 동생은 청력을 절반 이상 잃고 말았습니다. 물론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했지만 그 후 동생은 오랜 시간 꿈꿔온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물론 반나절 더 빨리 약을 먹었다고 해서 폐렴을 피하고 청력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날, 한 명은 신나게 놀았고, 한 명은 철없는 자식을 걱정하며 보람 없는 고생을 해야만 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많이 아팠을 뿐 아니라 스스로 평생 안고 가야 할 심한 난청과 함께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 후 피아노를 바라보는 시선은 동생과 그 소년 둘 모두에게 늘 아픈 상처로 남았습니다. 

 당시 돈을 쥐어 받은 어린 소년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을 겁니다. 과자를 먹고 싶지만 꾹 참고 동생의 약을 사 오는 것, 또 소년이 했던 행동대로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사 먹어 버리는 것. 당신은 아마도 이 두 가지 선택 모두 가능했고, 둘 중 하나를 소년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스피노자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스피노자가 이 상황을 본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어리석은 행동이라 자책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설령 당신이 그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분명 당신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겁니다. 왜냐면 그 당시 당신의 역량은 너무도 미약했으니까요. 그때의 나약한 역량은, 지금 당신이 과거의 행동에서 잘못을 쉽게 찾아낼 정도로 몰라보게 성장한 현재의 역량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으니까요. 

언제나 선택은 그 순간 당신이 가진 역량 전부일 뿐입니다. 그때의 역량이 그때의 행동을 결정할 것입니다. 따라서 당신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근길 옥정호수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

 

'역량'은 욕망을 실현시키는 힘입니다. 즉,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뜻하는 단어이지요.  

저에게 독서는 역량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군림의 목적이 아닌, 고유한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면서 철저한 자기성찰의 시작입니다. 만약, 위 소년의 역량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땅콩 과자를 먹은 직후나 1시간이 경과한 후, 혹은 어머니가 찾아 나서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동생이 폐렴에 걸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역량은 좋은 판단, 정확한 판단의 밑거름이 됩니다. '순간의 선택들이 쌓여 삶이 결정된다.'라는 단순한 논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역량과 정확한 판단력은 독서로 키울 수 있습니다. 

 

에리히프롬의 '자기를 위한 인간'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중에서 좋아하는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인물도 좋고, 일도 잘하는 착한 친구인데요.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늘 바쁘게 지내는 열혈남아입니다. 본래 성향이 그런 건지, 혼자 사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바쁘게만 지내는 것 같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뜻에서 얼마 전에 철학박사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빌려주었습니다. 어제 퇴근을 앞두고 "책 30분만 읽을게요."라고 말하는 동생에게 "30분이 어디야.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라고 말하면서 "책을 읽으면 사람이 변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오늘의 판단과 행동을 결정합니다. 이런 흐름이 너무자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김찌는 확신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변화가 느껴집니다. 책을 읽는 어떤 사람의 내면은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퇴근길 옥정호수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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