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토요일이었던 오늘, 출근을 했다.

지친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니 현관문 앞에 택배가 놓여 있다. 어제 주문했던 책인 것 같다. 피로가 가시는 게 느껴진다. 택배를 열어보니 지난주에 읽었던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에 소개된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과 우연히 알게 된 '최재천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재천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먼저 펼쳐보았다. 저자의 이력이 나오고, 몇 장 넘기자 '글을 시작하며'라는 머리말이 나온다. 읽어보니 대충 감이 온다. 이미 책의 절반을 읽은 것과 진배없다. 이 책을 구입한 목적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는데 벌써부터 느낌이 온다. 책을 다 읽고 났을때 어떤 느낌이 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저자 최재천 약력

서울대학교 동물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생물학 석사

하버드 대학 생물학 박사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주요 저서 <곤충과 거미류의 짝짓기 구조의 진화>, <개미 제국의 발견>, <알이 닭을 낳는다>

수상내역 : 제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수상


1. 동물도 남의 자식 입양한다.

책 속 문장

<타조 사회에서는 서열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들에게 자신의 둥지에 알을 낳게 한 다음 혼자 그 많은 알을 품고 보호한다. 너무 많이 모아 날개 아래 제대로 다 품지도 못한다. 또 새끼들이 태어난 후 그들을 데리고 다니다 다른 엄마를 만나면 서로 다퉈 승리한 암컷이 양쪽 새끼들을 모조리 데리고 간다. 왜 이렇게 동네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아 혼자 기르려 하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남의 자식들이 많은 가운데 자기 자식을 기르면 그만큼 포식동물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줄어든다는 가설이 있으나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 새끼들이 많으면 그만큼 포식자들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을 텐데 말이다.>

<북미에 서식하는 어느 민물고기의 수컷은 암컷이 바위 밑에 붙여주고 간 알들을 다른 물고기들이 잡아먹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또한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스스로 항생물질을 분비하여 알 표면에 바르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제일 무서운 적은 알을 빼앗아 대신 기르려고 싸움을 걸어오는 다른 수컷들이다. 도대체 왜 남의 자식을 억지로 빼앗아 기르려는 것인가? 동물행동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알을 보호하고 있는 수컷을 암컷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새내기 아빠보다는 경험 있는 아빠에게 자기 자식을 맡기려는 암컷들이 많기 때문에 남의 자식을 키워주는 의분 아빠들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식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다>

<미국에 살 때 동유럽의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루마니아의 고아들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미국인들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난다. 공산정권이 물러나긴 했어도 여전히 복잡하고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행정절차를 겪으면서까지 그들이 그렇게도 원하던 아이들은 놀랍게도 모두 어머니에게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물려받은 버림받은 영혼들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그들이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최재천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오늘날 인간과 동물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뿌리는 하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그 시작은 빅뱅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구가 만들어지고 유기 생물이 등장하는데, 지구상의 모든 유기 생물은 하나의 최초 유기 생물로부터 진화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로 우리 스스로 동물임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사회적 유기 생물'이라고 정의한다고 해도 그럴까? 사실이기 때문에 부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기분 나빠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여럿 존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처음에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대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개인주의는 만연해 있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한 생명의 탄생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를 키울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혹은 소중한 내 아이이기 때문에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말 그러할까? 이것이야말로 가장 말이 안 되는 변명일 뿐이다. 정말로 내 아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죽을힘을 다해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라. 부모 자신은 못 먹고, 못 잘지언정 내 아이만큼은 제대로 길러 내라. 어린 생명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부모의 지극한 사랑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3살 때까지 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인격이 형성되는데,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 왜 연상의 여인인가


<동물행동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 사회의 경우 거의 대부분 암컷이 선택권을 갖지만, 인간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돈과 권력을 확보한 남성들이 상당한 선택권을 누린다. 호주 북부지방에 거주하는 티위 족의 청년들은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초혼 때는 심지어 열 살 또는 스무 살이나 많은 여자에게 첫 장가를 들었다가 훗날 권력을 쥐고 난 후에는 스무 살 내지는 서른 살이나 어린 여자를 아내로 선택한다. 여성들이라고 젊고 건강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재력과 권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전 세계의 모든 새들 중 조류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한 새로 ... 이때 암컷들은 수컷 자체의 매력보다는 그가 가진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수컷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새끼들을 기를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


<남자가 연상의 여인을 원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엔 그리 쉽지 않은 현상이다. 여자가 나이 어린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연상의 여인을 흠모하는 남자들의 나이가 대부분 어린 걸 보면 결국 수태 적령기의 여인을 찾는듯 싶다. 아마존에 사는 야노 마모 인디언의 표현을 빌면 '남자란 잘 익은 과일 같은 여인을 원하기 마련'이다. 사춘기 소년들이 자기 또래나 몇 살 아래인 여자아이들에게는 이렇다 할 성적 매력을 못 느끼고 생리적으로 완숙한 여인에게는 끌리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성들이 연하의 남자를 선택하는 것은 여성들의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다. 데릴사위의 경우 부인의 가문이 거의 예외 없이 현저하게 월등했다. 사위가 될 사람의 재력이 아니라 인물 됨됨이와 재능이 선택의 기준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여대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사회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며, 자기만의 능력을 쌓는 일에 남학생들보다 더 열심이다. 앞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력이 신장되면 반드시 돈과 권력을 갖춘 나이 많은 남자를 선호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대신 좀 더 자유롭게 애정표현도 잘 하고 훨씬 나긋나긋한 연하의 남자를 선호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0년에 쓰여진 책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시기에도 많은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희망하였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 게, 다니던 회사의 대표와 최고관리자가 여성이었다. 사회 진출의 희망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년이 지난 현재 여성의 사회 진출은 의심할 여지없는 당연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생활을 하지 않거나 돈을 벌지 않는 남성의 모습은 전형적인 무능함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어떠한가? 놀고먹는 여성들, 심지어 전업주부들까지도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동물행동학이나 생물학적 연구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간은 성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지위가 높은 권력자나 부유한 자본가들이 그랬다. 여성은 어떤가? 지휘가 높거나 돈이 많은 여성도 성 선택의 폭이 넓을까? 내 생각엔 '당연히 그렇다'이다. 인간의 성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연상과 연하 중 선호하는 타입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성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원초적인 관심사이자 개체를 이어나가는 근간으로서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하다. 그렇다면 본능에 충실한 성과 인간의 사회적 지위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성의 본능이 일지만, 본능을 실현시키는 힘은 '인간의 사회적 지위'와 큰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3. 개미군단의 만리장성 쌓기

<원시적인 몇몇 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개미 사회는 여왕이 통치하는 이른바 전제국가들이다. 엄연히 두령이 있는 사회인 것이다.

언뜻 보면 일정한 규율 없이 마구 돌아다니는 듯한 일개미들은 사실 여왕이 분비하는 '여왕물질'이라 부르는 화학성분의 영향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알을 생산하는 번식 업무는 전적으로 여왕이 맡고 일개미들은 평생 헌신적으로 일만 한다. 여왕물질은 일개미들의 뇌에 작용하여 여자로 태어났으되 여자구실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일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여왕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다.>

<개미들은 과연 어떻게 지도자도 없이 이처럼 질서정연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에 있는 복합체계연구소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개미들의 복잡한 집단행동은 각 개체들의 임의적 행동들의 결과라고 한다. 작은 힘이지만 각자의 올바른 판단이 한데 모여 그야말로 만리장성을 쌓는 것이다.>

<열대지방에 가면 흰개미들이 쌓아 올린 마천루들이 종종 우리 키를 넘는다. 그 엄청난 건물을 청사진 하나 없이 십장도 없이 어떻게 만들어낸 것일까. 지금까지 여러 생물학자들이 관찰해본 바에 따르면 그저 일개미 각자의 임기응변적인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일개미 한 마리가 흙덩이 하나를 가져다 놓으면 다음 일개미가 또 흙덩이 하나를 그 위에 쌓고 또 다른 일개미가 그 위나 옆에 쌓는 식으로 짓다 보면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종의 흰개미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의 건물을 짓지만 실제로 각 군락이 지은 모습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정확한 설계 없이 그때 그때 쌓고 잇고 했기 때문이다.>



최재천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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